"나는 '데티포스'를 바라보고 있어.엄청난 낙폭 소리와 사나운 물줄기, 사방으로 폭발하듯 덮치는 물방울을 맞으며 말야.평소라면 피자를 먹으며 TV를 보거나 쇼파에서 서핑을 하며 뒹굴고 있었겠지."

여행 8일쨰 되고 보니 이젠 노던 라이트( 북쪽 지방에서는 오로라를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s'라고 한다)를 만난다는건 가다가 비를 만난다든가 무지개를 본다든가 하는것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동안 흔하게, 아니 한번도 본적이 없던 많은것을 처음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로라에 집착 만 하지 않는다면 훨씬 많은 것들을 가슴에 남기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지평선까지 시원하게 뻗은 초원을 바라볼땐 누구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 보게 하는 마력에 걸리는듯 하다. 말을 하는 이도 속으로 삼키는 이도 눈빛으로 지평선과 이야기를 나눈다. 남편, 아내, 엄마, 아버지 .아이들, 또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의 삶만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다.
"이곳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서 내가 만났던 누구든 부르기만 하면 나타날것만 같은 곳 같아요. 시간이 흘러도 여기만 계속 처음 모습 그대로 정지 해 있는것 같고, 시간속에 살다가거나 살고 있는 이들이 모두 결국에는 이곳에 모이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보이진 않아도 저 산속에 바위속에 그리고 호수가에 어딘가 숨어 있을것 같고 말이죠"
"그렇죠? 그런 영감이 강해서 그런지 소울 풍성한 음악인들이 많이 나오는가 봐요. 다음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와 보세요. 더 멀어지거나 더 가까와 지거나 ㅎㅎ 중간은 없게 만들거 같아요 ~~"
오늘 우린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인 아큐레이리로 가는 길이다. 가는 도중에는 또 어떤 진솔한 모습들이 숨겨져 있을까 . 우선 미바튼 호수 옆에 있는 용암지대 딤무보르기가 있고 시간이 된다면 여름내내 잠만 자다가 겨울이면 깨어난다는 트롤의 아들들이 산다고 하는 동굴에 가볼 예정이다. 그리고 수많은 유명한 화산지대를 지나게 될 것이다. 1875년 대폭발하면서 만들어진 분화구가 있는 야스카 화산, , 지열발전소 옆에 있는 비티분화구 또다른 용암지대 레이르흐뉴큐르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데티폭포와 고다폭포를 지나가면 어느덧 하루가 지나고 우린 아큐레이리에 도착해 있을것이다 .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를 통해서 잘 알려진 촬영지가 데티폭포. 첫날 보았던 굴포스가 잘 정돈되어 길들여진 느낌이었다면 데티포스는 말 그대로 야성적이었고 정말 태고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가는길은 북 북으로 진로를 돌려야 해서 아큐레이리 가는동선과는 좀 거리감 있으므로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한다.
크라플라 비티 분화구 가는 길에 들어서니 매케한 용암 냄새가 진동한다. 흐베르리 지역이다 .마치 달표면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아주 높은 온도의 지열과 늪지대가 있고 그 깊이는 1000m 온도는 200도를 상회 한다고 하니 반드시 정해진 길로만 다니도록 하자. 정해진 트레일 옆 지열도 80~100도를 웃돌만큼 뜨겁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지열발전소를 안가볼수 없었다. 각 지열마다 연결된 파이프관을 통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모습.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외진곳에 집을 지어도 전기 공급이 되는것 같다 .

발전소를 지나 조금만 옆으로 가다 보면 레이리뉴큐르 용암지대가 있다 . 이곳에서는 2시간 정도 하이킹을 즐길수 있다. 그러나 어딜 가나 지평선을 바라보기는 같다고 하는 분은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다. 그곳에 앉을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는게 신기 하기만 했다 . 분지를 보기 위해 아스카 화산을 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이곳에서 작긴 하지만 분지의 모습을 볼수 있다 . 분지가 있는 용암지대라 그런지, 그래서 영험한 기운이 나온다고 믿는건지 십여명의 사람들이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


고다 폭포를 끝으로 이젠 폭포 투어는 그만하자는 얘기가 나올정도 였다 . 그래도 반원형의 이곳 폭포는 나름 의미가 있었기에 보고 간다 . 1000년경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당시 알싱기 의장이었던 소르게이르가 스칸디나비아의 우상들을 이곳에 던지면서 "신들의폭포"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던진건 버린건데 그게 또 어째서 폭포에서 부활이라도 했다는 건가? ^^

아이슬란드 북부 수도라는 제2의 도시 , 아큐레이리에 도착 했다. 제법 도시 답게 없는거 빼고는 있을건 다 있었다. 레이캬비크에 할그림스키캬르카 교회가 있듯이 이곳에는 같은 사람이 만든 아퀴레이라르키르캬 교회가 있고 많은 이들이 반드시 들러서 기념샷을 남기는 곳이다. 이 교회에는 아까 설명한 고다 폭포의 유래를 설명하는 곳이 있는데 밤에 빛나는 야경은 꼭 봐줄 필요도 있고 해서 여장을 풀고서 나는 밤에도 차를 몰고 나와 그동안 고팠던 인공의 맛과 미를 찾으러 쏘다녔다 .

숙소는 아큐레이리에서 3km 떨어진 조용한 강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가장 맘에드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먼길을 왔음직한 여행자들을 위한 정성이 곳곳에 보이고 있었고 특히 창문에 있던 명언이 내 눈을 잡아 끌고 있었다 .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 아이슬란드 링로드의 반은 돌았고 이제 또 반이 남았는데 나는 문득 이 나라를 이젠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다. 옷을 줏어 입고 거실에 앉아 앞으로의 일정을 다듬어 보고 책을 보고 또 오더 몇개 처리하고는 잠시 눈을 감고 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환한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온다면 이곳은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야 할까 과연 링로드 일주가 답인가 일행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화산지대 용암지대는 사실 그렇게 호감 가는 여행지는 아닐텐데 지나는 길에 어쩔수 없이 보았지만 점점 여행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었을까 ? 할수만 있다면 이곳에 몇일 더 머물던가 아님 비행기를 타고 레이캬비크로 날아가는건 어떨까 등등 생각에 생각을 꼬리물듯 하다가 또 다시 눈이 감긴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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