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봉평에 도착 한 날은 5일장이 열리는 화창한 날이었다. 흔히들 도시인들은 5일장에 대한 색다른 기대감을 가질수 있으나 역시 코로나 시즌(?)으로 가짓수와 장삿꾼이 좀 더 많아진 조용한 시장이었을 뿐이었다. 메밀 음식을 안먹을수는 없어서 북적이지 않는 음식점을 골라 사회적 거리(?)쯤 되는 곳에 자리를 잡고 후다닥 먹고 밖으로 나온다.메밀전병과 막국수 그리고 부침개 정도~~
시장을 벗어나 강쪽으로 걸어가 본다. 사전에 이곳의 어떤 지식을 알고 온건 아니기에 유래나 역사는 패스하고 그냥 가볍게 생각없이 걸어간다.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르 훅훅 볶는다. 마을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머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귄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을 낚아 보았다 "
- 단편'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돌다리를 지나 섶다리를 들어서 건넌다. 옛날 강을 사이에 두고 지금 보다 불어난 강가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사연들이 오고 갔을까. 나룻배를 타고 장으로 갔고 물이 빠진날 나귀를 끌고 장으로 가며 오가는 길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주막집들이 그날의 노곤함을 풀어가는 하루 생의 종착이었까. 하지만 익히 모르는 모습들의 백지일지라도 보통의 풍경은 그게 아니었을 거라고 해두자.
섶다리를 건너 오니 제법 카페들과 주막들이 늘어서 있는 마을이 나온다 . 맛집을 검색하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라 발가는대로 지나쳐 본다.
" 삷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즐거움이 없으면 그곳에는 삶이 정착되지 않는다. 즐거움은 밖에서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인생관을 스스로 지니고 만들어 가야 한다. 일상적인 사소한 일을 거치면서 고마움과 기쁨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부분적인 자기가 아니고 전체적인 자기일때 순간 순간 생기와 탄력과 삶의 건강함이 베어 나온다. 여기 비로소 홀로 사는 즐거움이 움튼다."
-봉평 여느 주막집 앞 글 中.
야트막한 동산에 올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본다. 이미 봄은 저 누런 들판에 오고 있었고 금새 더운 여름이 올것이니 이순간 순간을 잘 기억하라고 귓가에 속삭인다.
시간이 된다면 아래 등산로를 가볍게 다녀 보는것도 괜찮을것 같다.
마을 초입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 기분 좋은 문구 였다.
메밀꽃 필 무렵, 가을에는 꼭 다시 와 봐야 겠다. 그래서 밤 하늘 달빛이 밝은 날 메밀 꽃 밭을 꼭 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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