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장쯤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트래블 카드다. 나 역시 환전을 위해 은행을 찾아가던 번거로운 절차를 거의 잊고 살 정도로 자주 사용한다. 필요한 만큼 충전하고, 현지에서는 카드만 꺼내면 끝. 참 편리한 세상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현금을 꺼낼 일이 거의 없었다. 작은 카페부터 시골 펍까지 카드 결제가 자연스러웠다. '이제 정말 현금 없는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 오스트리아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직원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지?'
잠시 후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신한체크 해외거절(4692) 제휴은행 영업외시간."
한국 시간으로 새벽 0시 33분.
순간 웃음이 나왔다.
여기는 오스트리아다. 아직 늦은 오후이고, 휴게소는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다. 커피도 팔고 사람들도 줄을 서 있다.
그런데 내 카드는 **'한국의 영업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결제가 거절된 것이다.
세상은 24시간 돌아가고, 해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결제하고 있는데, 정작 금융 시스템은 한국의 영업시간을 기준으로 멈춰 서 있는 셈이다.

물론 보안이나 제휴은행의 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한 경험이었다.
다행히 다른 카드로 결제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여행에서는 이런 작은 변수 하나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여행은 늘 우리에게 말한다.
"편리함을 믿되, 하나만 믿지는 말라."
트래블 카드도 좋고, 신용카드도 좋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예비 카드 한 장, 그리고 약간의 현금은 여전히 든든한 여행의 보험이다.
커피 한 잔이 알려준 뜻밖의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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