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같은 누런 밀밭 사이로 길게 늘어선 트랙터 자국이 보인다. 마치 정성껏 가르마를 탄 듯, 넓은 토지를 시원하게 가르고 있다.
더위에 지친 숨소리를 몰아쉬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만은 반짝이는 노인들. 그들 뒤로 마주친 뮐러(Müller) 직원은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새 허옇게 늘어난 새치를 보다 못해 염색약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선 동양인이 신기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건넨 농담이 스스로도 재미있었던 걸까.
"바구니는 놓고 가세요."
"요기요? 알아요~~~."
내 대답에 그녀는 또 웃었다.
뮌헨 공항에서 불과 30분 거리.
독일 남부의 평범한 시골 마을이지만, 내게는 이런 순간들이 오래 남는다. 유명한 성당도 아니고, 관광 명소도 아니다. 그저 뭘러 계산대에서 나눈 짧은 대화 하나.
아침 준비를 하던 주인이 묻는다.
"아침 안 먹을 거야?"
"응? 공항 가야 해. 7시까지."
돋보기 안경 너머로 나를 힐끗 바라보던 그는 잠시 멈추더니,
"나갈때 열쇠는 여기 놓고 가면 돼"
하면서 탁자를 가리키고는 주방으로 들어간다
하루 머물렀을 뿐인데 떠나는 손님이 아쉬운 것인지, 아니면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것이 안타까운 것인지.
돌로미티의 신선한 바람.
거대한 바위산과 초록빛 초원이 어우러진 그 풍경을 생각하면, 지금 독일 남부를 덮고 있는 무더위 쯤은 잠시 견딜 만하다.
밀밭 위로 아침 햇살이 길게 드리운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나는 잠시 차를 세우고 그 풍경을 바라본다.
여긴 어딜까.
이직도 맵을 보진 않았다. Erding 근처라는 것 정도.
떠나기 전의 설렘과,
스쳐 지나간 사람들.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달린다
※새로운 시간이 시작 되었습니다.
일행들을 잘 만나 잘 도착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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