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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이 보이는곳에 - 논골담길을 걷다(1)

페이칸 2022. 1. 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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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논골담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묵호항이 내려다 보이는 산동네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특히 겨울에 가볼만 한 곳이라고 한다. 궁금했다. 동시에 또 누군가 그곳에 그림을 그려 놨겠지 하면서도 눈내린 그곳의 모습이 겹치면서 그래도 한번 가봐야 겠다 생각했고 동해로 이어진 ktx도 얼마나 빠른걸까 궁금하여, 마침 늦지 않게 눈이 떠진 이른 아침 청량리로 향했다. 다른 노선에 비해 등산복과 커플들이 자주 보이는게 특이했다.

 

#묵호역에서 논골담길로

 묵호역을 나서며 우선 GPS를 확인하고 방향을 정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묵호항을 지나 논골담길로 향하는 입구가 나올것이다. 하늘은 눈이 올 것 처럼 잔뜩 흐렸고 '이번에도 비를 몰고 다니니?' 묻지 않아도 될거 같은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가다보니 묵호항이 나왔다 . 마을과 항구 그리고 어시장, 중앙시장이 몰려 있어 역에서 걸어가는 여행자에게는 차를 타야 하나 고민 하지 않아도 되는 괜찮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빨간 등대가 보이고 마침 새벽 출항을 마치고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배 한척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좀 늦었던 모양이다. 재빠르게 한바퀴 회전하더니 부둣가에 능숙하게 접선 했지만 이미 다른 어선에서는 그물 손질이 한창이었던 것이다 .

 

 

선원이라기 보다 인부에 가까와 보이는 장정 4명이 배위에서 그물을 끌리며 정리 하고 있었다 .꼬박 밤을 지새운 피로한 기색이 역력 했고 그 옆의 부둣가에서는 여인이 홀로 그물을 하나씩 끌며 손질 하고 있었다 . 언제까지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생명선과도 같은 그물이었고 어쩌면 그녀는 일기를 쓰듯 차곡 차곡 손질하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새벽 활기차고 요란 했을 도매 시장이 파하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밝은 아침과 함께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을 맞는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감자기 한무리의 갈매기 떼들이 푸드득 하며 날아 올랐다가 봐뒀던 먹이감을 포기하기는 싫었는지 전열을 정비하며 또다시 날아 오르던 곳으로 다시 날개를 접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1길,2길,3길이 있었고 모두 묵호등대로 향하는 길이라고 보면 된다 . 역시 등대는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위치 하고 있었다. 만선의 기쁨을 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배 위에서 등대의 불빛만큼 안도감을 주고 반가운게 또 있을까.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성당을 세워 오가는 모든 뱃 사람들이 한번쯤 쳐다 보면 성호를 긋게 하던 유럽의 항구가 생각 났다 . 

 

가장먼저 논골1길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카페 이정표가 보였고 그 다음 바람의 언덕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묵호 등대로 가는 이정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잠시 방향을 확인 해야 했지만 카페든 바람언덕이든 모두 묵호등대와 연결 되어 있었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아니 담화들은 당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 그리고 여행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여러가지 글들로 그림들로 오르막길이 힘들지 않도록 시선을 유도 하고 있었다 .

 

"오래 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 들어간 적 있다

 그곳에서 엽서를 썼다 .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의 마음을 생각 했다.

 기억 저편 묻혀 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 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

           - 오래 된 엽서 (안상학) -

 

 

 

 

논골담길은 기다림의 길이었다.

밤에 뱃일 하러 나간 남편이 밤새도록 일하고 다음날 아침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기다림,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과 동생과 놀다가도 저녁늦게 엄마를 기다리던 기다림들이 모여서 골목 골목 마다 맺혀있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 태풍으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한시라도 그냥 앉아 있을수 없어 먼동이 터오는 바다만 바라보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

논골 담길은 그런 길이었다 .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았을까 . 

왕문어 잡아 장가도 가고 학교도 보내고 그렇게 살았단다. 그래도 영감 밖에 없다고 팔고 남은 문어는 영감 밥상에 남겨 놓았다 . 

좁디 좁은 골목길을 오르고 오르는 길을 좌판을 머리에 이고 한걸음씩 오를때마다 주름 하나씩 늘어 나는것도 모르고 그래도 영감 건강한거 자식 잘 되는거 보면서 재밌게 살았겠지.

그런 해학의 삶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길이 논골담길이었다 . 

.

 

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도망치는 듯 싶더니 금새 빼꼼이 눈동자만 드러낸 채 정확히 카메라의 눈을 응시 하고 있었다. 집고양이는 집고양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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