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여행story/아이슬란드 story

[Iceland6] 빙하 위를 걷는다는 것.

페이칸 2020. 5. 19. 16:42
반응형

여섯쨋날, 유럽 최대 빙하지대인 바트나요쿨로 향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게 2008년이니 사람의 보호를 받은지는 얼마 안된 곳이다. 그 빙하 위를 걷는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시원하게 뻥 뚫린 시공간을 달린다는건 언제나 기분이 좋지만 문득 사람이 그리워 질땐 어떨까 생각 했다.

"아, 이런 곳에 우편함이 있네요 ?  참 반가운데요 ?"

차를 세웠다. 인가가 저 먼곳에 있는데 우편함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길가에 놓여 있다. 아마도 배달자의 편의 떄문이거나 아니면 영역 표시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닌게 아니라 온통 자연 속에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곳곳 하게 서있는 우편함의 모습이 참 반갑기만 했다. 이곳도 예전과 다르게 대부분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 받겠지만 말이다.

바트나요쿨 빙하로 가는 비포장 도로 위에서 .

바트나요쿨 빙하 해안에 접한 스카프타펠 빙하 워킹투어 장소에 도착 했다. 예약된 시간에 도착 해서 아이젠과 등산화 그리고 스틱을 배정 받고 가이드 미팅, 차를 타고 빙하 속으로 들어갔다. 열댓명의 다양한 국적의 인원이 모여 빙하워킹에 참여 했는데, 한 60대여성이었을까 걸음걸이는 괜찮은데 오름 길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자꾸 뒤쳐 지고 있었다. 아마 버킷리스트 중 하나 였나 보다 . 그 배움과 참여 열정은 내 맘을 뭉클 하게 했고 일행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투어는 계속 진행 됐지만 그래도 계속 뒤쳐지게 되니 가이드가 직접 나서서 챙겨 오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화산재와 섞이다 보니 빙하의 겉은 이렇게 연탄재를 뒤집어 쓴 마냥 거무튀튀 했지만 조금만 얼음을 파보면 새 하얗고 에메랄드 빛같은 영롱한 빙하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콰르릉" 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 오면서 순간 가이드의 얼굴은 긴장모드로 변하는걸 볼수 있었다. 빙하가 녹아서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국립공원, 유럽 최대의 빙하를 보존하고 보호 해야 하는곳으로 아무나 들어올수 없고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하고 들어와야 한다. 어디선가 무작정 들어 온 것으로 보이는 남녀를 가리키며 가이드는 저러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가다보면 깊게 갈라진 크레바스가 도처에 널려 있어 반드시 안전에 유의 해야 한다고 .....

" 캐나다에서 왔어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시간 날때마다 여행을 하고 있지요. 아이슬란드는 꼭 가보고 싶어서 왔는데 오늘 빙하 워킹 투어는 정말 소원이었어요. 아주 멋있었고 잊지 못할겁니다. 혼자 어떻게 다니냐고요? 문제 없어요. 시간마다 버스 다니니까 천천히 다니면 되더라구요. 아이슬란드는 정말 멋진곳이에요. 남은 여행 잘 즐기세요."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차를 몰고 계속 북쪽으로 올라간다. 남쪽과 다르게 점점 바람이 추워지고 바닷가로 떠다니는 빙하의 모습도 간간이 보이는데 우리가 찾던 요쿨살롱은 잘 보이지 않았다. 간이매점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우선 사람들이 오가는 곳을 따라 언덕을 올라 보니 과연~~ 수천년에 걸쳐 바트나요쿨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과 합쳐져 만들어진 빙하라군으로 유명한 요쿨살롱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이런 ~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일행들은 너나 할것 없이 해안가로 내려가고 있었고 서로 말없이 빙하 라군을 바라보며 넑을 잃고 있었다 . 아름다움은 나를 미치게 한다! 나만을 위한 아름다움이라고 집착하는 치명적인 환각이 그래서 어떨때는 우울한 자신을 만들때가 있다 . 나는 점점 미쳐 가는것 같았다 .

요쿨살롱 빙하 라군 투어는 구명보트를 타고 진행 된다. 보트의 모습을 보면 그 빙하의 크기를 짐작 할수 있으리라 .

파도가 심하게 치고 있던 어느 오후 늦은 시간의 해안가에는 멀리 아무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망부석처럼 꼿꼿하게 우뚝서 있던 저 바위의 든든함에서 인생의 나약함을 어느정도는 위로 받게 된다. 마치 이렇게 내게 이야기 하는듯 하다 .

"외로움도 견뎌 나겠소, 바보란 소릴 들어도 좋소, 나를 비웃는 그 비웃음들을 이제 사랑으로 받아 주겠소, "

저녁이 시작되고 하루를 마감하는 무렵에야 바다에 접한 마을 "회픈"에 도착 했다. 아파트에 여장을 풀고 우린 마을로 나갔고 오랫만에 맛있는 요리를 먹자고 들뜨며 맛집을 찾아 갔다. 오늘 만큼은 음식값은 보지 말자고, 우린 오늘 빙하를 봤고 라군도 봤고 오다가 수없이 명멸하는 자연의 영원함도 봤으니 무사히 도착한 이곳 회픈은 아마도 우리를 기다리며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음식값이 비싼게 대수겠는가 ?

쥔장의 안내를 받아 찾아갔던 ZBISTRO 맛있었던 집. 

아이슬란드 맥주를 한잔 걸치고 숙소에 들어와 내일을 점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오로라? 나도 몰라요 ..

반응형